"‘환경’이 지워지는 시대,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한국환경기술인협회 이정규 사무총장
지난해 정부 조직 개편으로 굳건했던 '환경부'의 간판이 내려가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에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환경을 지켜온 우리로서는, 작금의 정책 기조가 전통적인 '환경' 그 자체의 가치를 낡은 과제로 치부하고 뒤로 밀어내고 있다는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부처 명칭에서 '환경'이 맨 뒤로 밀려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확보라는 거대 담론이 정부 정책을 휩쓸면서, 국민의 건강 및 안전과 직결된 대기, 수질, 폐기물 등 현장 중심의 환경 관리는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소외되고 있다. 마치 기초적인 환경 오염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된 것처럼 여기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마저 엿보여 씁쓸하기 그지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현장을 지키는 '환경기술인'들의 입지를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통합허가법)」 시행 이후, 수십 년간 각 사업장의 특수한 공정을 책임져 온 환경기술인들이 '통합환경관리인'이라는 제도 안으로 무분별하게 흡수되고 있다. 이는 현장의 세밀한 환경 관리 체계 위에 불필요한 직책을 얹는 전형적인 옥상옥(屋上屋)식 규제이자 환경기술인의 고유한 전문성을 단순 행정직으로 전락시키는 처사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결국 현장 관리 지표로 드러난다. 통합허가제 도입 전인 2016년 7~9% 수준이었던 폐수 및 대기배출시설 점검 결과 위반율은, 제도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2024년에 오히려 16~20%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고도화된 관리를 표방한 통합허가제가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행정적 규제로 작동하며, 오염 방지라는 본연의 기능마저 상실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뼈아픈 수치다.
거창한 기후 정책도 결국 가장 밑바닥의 현장 환경 관리가 튼튼하게 뒷받침되어야만 사상누각을 면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 당장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현장 중심의 환경 관리가 국가의 가장 본연적인 책무임을 직시하고, 형식적인 인력 선임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여 기술인이 현장 점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적 권한과 정책적 지원을 결단해야 한다.
우리 협회는 환경기술인의 권한이 부당하게 축소되지 않도록 정책을 감시하고, 소외된 지역의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핑계로 현장의 땀방울을 외면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강력히 밝혀둔다.